예라이샹(夜來香)
11월 16일(금) 오후 8시 한국영상자료원(서초동)
감독 정창화
출연 문정숙, 신성일, 최남현, 허장강
개봉연도 1966년
상영시간 116분
예라이샹(夜來香)은 밤에만 피는 꽃이다.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난희(문정숙)는 자신을 사랑하게 된 연하의 대학생 세영(신성일)에게 이 꽃의 의미를 소개해준다. 나이와 계층의 커다란 차이를 극복하면서 키워간 두 사람의 사랑을 가로막는 것은 그녀를 ‘예라이샹’으로 만들어 놓은 역사의 깊은 족적이다. 나이트클럽을 배경으로 한 멜로드라마의 외관을 띤 이 영화는 이처럼 한국 근현대사의 상처와 흔적들을 가로지르며 개인의 사연들을 역사(歷史)화한다. ‘조건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무정형의 공간에 던져진 두 사람은 각기 ‘4.19 혁명에 참가했다가 고초를 당한 학생’과 ‘식민세력에 의해 가족을 잃은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며, 그 조건에 의해 사랑의 완성은 좌절된다. 액션영화에서 큰 실력을 발휘했던 정창화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멜로영화의 문법에 액션영화, 스릴러영화의 문법을 융합하여 버무려내고 있으며, 이는 적지 않은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 속에서 풀어내는 이 영화에 재미와 논리를 부여하고 있다. 가령 식민에 조력했던 이들이 해방 이후에도 자본을 쥔 권력자가 되어 난희를 해하려 하는 상황에서, 그 중의 한 인물인 허상무(허장강)가 (4.19에 참여했던) 세영과 벌이는 결투장면은 서부극의 양식을 인용하면서도 어떤 명백히 정치적인 구도를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짓는 난희의 마지막 행동이 스릴러적인 전개에 파열구를 내면서 환기시키는 정서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읽혀야 할 것이다. 문정숙이 부른 주제가 “예라이샹”은 지금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히트 곡으로, 등려군이 부른 동명의 작품과는 다른 곡이다.
김한상 |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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