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한번>
감독 정소영
출연 신영균, 문희, 전계현, 김정훈
개봉연도 1968년
상영시간 92분
1월 1일부터 kmdb.or.kr/vod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 작품 <미워도 다시한번>은 ‘방화’ 혹은 한국영화에 대한 오랜 선입관의 원형이 된 영화다. 버림받는 여자와 버리는 남자, 불륜이 빚어낸 출생의 비극, 그리고 생이별에 눈물짓는 모정까지. 눈물을 ‘쥐어짜는’ 이 신파영화의 대표작은 서울 국도극장에서 개봉하여 단관집계 3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많은 관객들은 왜 눈물을 흘려야 했을까? 박정희 시대가 폭압적인 독재시대라서일까?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일 것이다. 그 지난해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는 박정희의 임기를 합법적으로 연장하는 절차였고 그때 그들은 대부분 그에게 표를 던졌다. 부정선거의 의혹이 일었지만 일단 압도적인 표차에서 박정희의 승리를 부정하기는 힘들었다. 72년 유신까지 적어도 ‘절차상’으로는 독재 체제라고 하기 애매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심증이 가는 것은 눈물의 원인이 황폐화된 대중들의 마음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행정부와 입법부 권력 수립의 ‘형식’ 상으로는 독재가 아니었던 시대, 그러나 일은 하되 그 보상은 훗날로 미루어야 했고 불만은 드러낼 수 없었으며, 드러내는 자들에게는 가차 없이 응징이 가해지던 시대. 불만이 있었지만 어느 샌가 자기 불만이 무엇이었는지도 무감각해졌고, 울어야 하지만 우는 방법을 몰랐던 시대. 그래서 변화에 대한 희망 따위는 무엇인지 모르기에 그저 지금의 상황에 손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여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가 이끌어졌을 그런 시대가 아니었는가 하는 것이다. 스크린을 보면서 어느 기구한 여인네의 박복한 삶에 억지로 눈물을 쥐어짜려 했던 것은 그렇게라도 우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연재 끝)김한상 |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