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본부 기생 김소산>
감독 설태호
출연 최무룡, 윤정희, 문오장, 안인숙
개봉연도 1973년
상영시간 97분
<기생 김소산>의 성공 이후 4년간 계속된 ‘특별수사본부’ 시리즈는 1940~50년대에 명성(?)을 떨친 검사 오제도를 주인공 혹은 모델로 하고 있다. 오제도(1917~2001)는 박헌영 월북 이후 남로당의 총책을 맡았던 거물 김삼룡과 이주하를 체포한 인물이었다. ‘반공검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그밖에도 그가 행한 실적들은 화려하다. 악명 높은 ‘보도연맹’ 결성을 주도한 것도 그였고, ‘국회프락치사건’이나 ‘진보당 조봉암 사건’, ‘여간첩 김수임 사건’ 같이 현대사의 한 장면을 장식하는 굵직굵직한 공안사건을 담당한 것도 그였다. 그런 그를 마치 <더티 해리>의 해리 캘러헌 같은 70년대 수사 시리즈물의 주인공으로 불러낸 것은 그 시대의 불온한 공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신체제가 발효된 이듬해 봄에 개봉된 <기생 김소산>은 콧수염을 기른 무뚝뚝한 오 검사(최무룡)가 남로당 프락치인 기생 김소산(윤정희)을 통해 남로당 일당을 소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구삼육 사건>(1976)까지 일곱 편을 통해 특별수사본부는 요정(<기생 김소산>), 국회(<국회푸락치>), 대학가(<여대생 이난희 사건>), 주한미군 가정(<김수임의 일생>) 등에서 ‘암약’하고 있는 남로당 프락치들을 모조리 소탕한다. 서슬 퍼런 10월 유신의 한복판에서 이처럼 이미 사라져버린 지하당과 싸우는 무용담이 시리즈물로 일곱 차례나 만들어졌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줄까? 남로당의 유령이 필요했지만 또 그런 만큼이나 그 유령을 두려워했던 시대였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거나 이 시리즈 덕을 본 것인지 오제도 검사는 마지막 편이 나온 이듬해인 1977년에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직에 당선된다.
김한상 |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