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플러스] 생명
<생명>

감독 이만희
출연 장민호, 남궁원, 허장강
개봉연도 1969년
상영시간 73분



3월 5일(수) 오후 8시 | 3월 20일(목) 오후 3시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상암동)


다른 이의 불행이 누군가에게는 가십거리가 되거나 혹은 돈벌이가 되는 상황을 종종 볼 수 있다. 희대의 살인사건이 터지거나 참담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를 바라보는 이들은 그 재앙의 규모와 강도에 놀라면서도 계속해서 재앙의 드라마틱한 전개를 지켜보고자 하는 욕구를 느낀다. 이러한 세간의 관심이 언론의 과열 경쟁을 낳고, 과장되고 때로는 비인간적인 보도 행태까지 유발하기도 한다. 수전 손택이 “타인의 고통”에서 말하듯, 자신이 그 재앙 속에 있지 않다는 안도감이 재앙을 하나의 유희거리로 소비하게 만드는 것일까. 이만희 감독의 이 독특한 영화는 그러한 심리를 매우 건조하고도 세밀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70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의 거의 절반 분량이 붕괴된 갱도에 갇힌 한 사내의 모습을 담는 데 할애된다. 갱 속에 홀로 격리된 사내는 빗물을 받아먹고 혁대의 가죽을 뜯으며 끈질긴 삶에의 의지를 보인다. 쉽게 감정이입할 여지를 주지 않고 사내의 고통을 보여주면서 번갈아 보여주는 공간은 신문사의 기자실이다. 허장강이 보여주는 냉소적인 기자상과 남궁원이 보여주는 인본주의적이고 사명감을 놓지 못하는 기자상이 이 영화가 유일하게 보여주는, 그렇지만 별로 크지 않은 갈등 요소이다. 그리고 또 다시 카메라는 갱에 갇힌 사내의 절망적인 표정을 보여준다. 사내는 전쟁의 포성을 환청으로 들으며 괴로움에 떤다. 몇 번의 반복 끝에 결국 그가 구출되지만 이 영화는 결코 인간승리의 감격을 외치지 않는다. 특종 거리에 혈안이 된 언론을 무심하게 사고현장과 대비시키는 편집과, 순간순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인간 군상들의 묘사가 긴 여운을 주는 작품.

김한상 |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래머
by affectio | 2008/02/24 22:17 | 시네마테크 KOFA | 트랙백 | 덧글(0)
[넥스트플러스] 불나비
<불나비>

감독 조해원
출연 김지미, 신영균, 박암, 최남현
개봉연도 1965년
상영시간 103분

2월 28(목) 오후 8시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상암동)


신념에 가득 찬 젊은 변호사 성훈(신영균)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화진(김지미)을 알게 된다. 한눈에 반해버린 성훈은 그녀에 대해 궁금해 하지만 화진은 알 듯 모를 듯한 말만을 할 뿐이다. 그녀를 둘러싼 이상한 기운은 성훈이 그녀와 헤어진 직후 처하게 되는 알 수 없는 위기상황을 통해 배가된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지나던 여염집 앞에서 화진과 꼭 닮은 여인을 마주치지만 그녀는 성훈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이처럼 일련의 미스터리적인 사건들을 거치면서 그는 마치 사설탐정이 된 양 직접 화진과 그 주변을 탐색하게 된다. <지옥화>에서 순진한 동생 동식 역할을 맡았던 배우 조해원의 감독 데뷔작인 <불나비>는 60년대의 숱한 범죄물 중에서 추리 장르의 특색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탐정 역할의 주인공이 미스터리를 파헤쳐나가는 기본적인 내러티브 뿐 아니라 비밀스러운 장소를 잡아내는 미장센이나 편집에 있어서도 추리물로서 손색이 없다. 한편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 청춘영화가 양산되던 60년대 중반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이 발견된다. 65년에 변호사 사무실을 갓 개업한 성훈이 4.19세대라는 것은 의심할 바가 없다. 그런 그가 뛰어든 어두운 세계는 민병태(최남현)나 한창식(박암)으로 대표되는데 그들은 이미 세상의 질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기성세대다. 성훈이 파헤쳐야하고 마침내 파헤쳐 내는 그 세계의 진실은 더럽고 얼룩진 것이지만 결국에는 기성세대로 진입할 그가 겪어야 할 아픈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두 세대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팜므 파탈’ 김지미는 그렇기에 어머니의 형상과 여인의 형상 모두를 보여준다.

김한상 |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래머
by affectio | 2008/02/24 22:14 | 시네마테크 KOFA | 트랙백 | 덧글(0)
[넥스트플러스] 특별수사본부 기생 김소산
<특별수사본부 기생 김소산>

감독 설태호
출연 최무룡, 윤정희, 문오장, 안인숙
개봉연도 1973년
상영시간 97분

<기생 김소산>의 성공 이후 4년간 계속된 ‘특별수사본부’ 시리즈는 1940~50년대에 명성(?)을 떨친 검사 오제도를 주인공 혹은 모델로 하고 있다. 오제도(1917~2001)는 박헌영 월북 이후 남로당의 총책을 맡았던 거물 김삼룡과 이주하를 체포한 인물이었다. ‘반공검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그밖에도 그가 행한 실적들은 화려하다. 악명 높은 ‘보도연맹’ 결성을 주도한 것도 그였고, ‘국회프락치사건’이나 ‘진보당 조봉암 사건’, ‘여간첩 김수임 사건’ 같이 현대사의 한 장면을 장식하는 굵직굵직한 공안사건을 담당한 것도 그였다. 그런 그를 마치 <더티 해리>의 해리 캘러헌 같은 70년대 수사 시리즈물의 주인공으로 불러낸 것은 그 시대의 불온한 공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신체제가 발효된 이듬해 봄에 개봉된 <기생 김소산>은 콧수염을 기른 무뚝뚝한 오 검사(최무룡)가 남로당 프락치인 기생 김소산(윤정희)을 통해 남로당 일당을 소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구삼육 사건>(1976)까지 일곱 편을 통해 특별수사본부는 요정(<기생 김소산>), 국회(<국회푸락치>), 대학가(<여대생 이난희 사건>), 주한미군 가정(<김수임의 일생>) 등에서 ‘암약’하고 있는 남로당 프락치들을 모조리 소탕한다. 서슬 퍼런 10월 유신의 한복판에서 이처럼 이미 사라져버린 지하당과 싸우는 무용담이 시리즈물로 일곱 차례나 만들어졌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줄까? 남로당의 유령이 필요했지만 또 그런 만큼이나 그 유령을 두려워했던 시대였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거나 이 시리즈 덕을 본 것인지 오제도 검사는 마지막 편이 나온 이듬해인 1977년에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직에 당선된다.

김한상 |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래머
by affectio | 2008/02/24 22:11 | 시네마테크 KOFA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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